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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Guatemala.fin

쉘라(Xela)로 돌아가는 길

도올핀 2007. 10. 19. 01:07

자 이제 처음에 계획했던 만큼 구경은 잘 했고, 문제는 오늘 내로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스케줄이 참 아슬아슬 하다.

Copan Ruinas에서 콜렉티보를 타고 다시 국경으로 와서 이미그레이션에 임시 통행증을 내는 것으로 수속은 간단하게 끝나고. 다시 Chiquimula까지 가야하는데...


콜렉티보 있는 곳까지 가니 삐끼가 Q25란다. 한번에 Chiquimula까지 간단다. 비싸다고 난 일반 콜렉티보 탄다고 하니까 그럼 Jocotan까지 Q5에 가잔다.
이놈 아주...
차가 좀 좋아보여서 다른 종류의(우리의 우등버스 비슷한;;;) 버스인가 했지만 결국 똑같은 거였다. 가면서 마을마다 다 서고 결국 Jocotan까지 가는...
나 한명을 태우고 겨우 Q25를 받고 바로 Chiquimula까지 갔을리 없다. 아마 처음엔 Q25를 줬어도 Jocotan까지 가서 모른 척 하고 다른 버스 잡아 줬겠지 Q15은 자기 주머니로 들어가고.

호코탄까지 가는 동안 유타에 산 적이 있다는 옆에 앉은 과테말테카가 영어를 꽤 해서 가는 동안 이런 저런 대화하며 심심하지는 않았다


Jocotan에서 다시 콜렉티보를 갈아타고 Chiquimula를 가서 내렸는데 어제 호텔이 그렇게 더운 이유를 알아버렸다.
치키물라전체가 달궈진 프라이팬처럼 들끓고 있었다;;;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지글지글 하는 뭔가가 몸으로 전해오는데 햇빛있는곳으로 나가면 내 몸이 통째로 익어버리는 것 같다.

얼른 Despensa Familiar가서 물과 젤리를 사고 터미널에서 과테말라 버스를 탓다. 타자마자 달궈진 버스에 축 늘어져 버렸다. 게다가 눈에 낫던 다락지같은게 터져서 고름이 나와 눈앞이 계속 흐려진다.



여기 2nd 클래스나 로컬 버스들은 보통 열 수 있는 창문이 없다.
하지만 버스들 상태는 이미 에어컨과는 상관없는 버스들이고 설령 동작한다고 해도 기름 써가며 에어컨을 틀 리가 없다. 그래서 비상 탈출구를 열고,, 저렇게 클립이나 끈으로 조금만 열려있게 묶어놓는다;;

미국 버스에서 항상 궁금하던 '비상시 바를 당기고 창문을 미시오'라는게 뭔지 알아버렸다^^
게다가 여기선 직접 실습까지~


2시간~3시간 달리니 더워와 피로에 모두들 늘어진다.


정류장에 설 때마다 과일이나 옥수수 과자 파는 아주머니들이 올라온다.
이때마다 애기들 데리고 버스 탄 어머니들은 아이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워야 된다;;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다..

보통은 쉽게 아이들의 승리로 끝나지만, 이날 내 옆에 있던 아주머니는 고집이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자식이길 부모없다고, 버스 출발 후 30분 이상을 울어대던 아이를 달래기 위해 다음 정류장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주는 것으로 한바탕 전쟁은 끝났다. 결국 시끄러워서 나만 피해자되고;;;


나도 중간에 옥수수를 샀다.
원래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거스름돈이 없다고 해서 3개 사버렸다.


까지도 않고 통째로 쪄버린 옥수수인데 껍질을 까도 까도 계속 껍질이 나온다-_-;;
결국 나오는건 열라 작은 옥수수;;;
아마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을 모아서 이렇게 파는 것 같다. 하나에 Q1이니 말 다했지..

개인적으론 페루의 초클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초클로랑은 비교불가.


겨우 옥수수 3개 먹었는데 껍질이 하도 많아서 한 10개 먹은것 만큼 쓰레기가 나왔다;;


4시간이나 걸려 가이드북에 나온 예상시간 보다 1시간이나 늦게 과테말라 시티에 도착. 이젠 오히려 제 시간에 도착하는게 이상하다.
확실히 고도가 높아지니 훨씬 시원하고 상쾌하다. 3일동안 찌는 듯한 더워와 싸우다가 이제야 살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원래는 로컬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쉘라 행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가도 버스가 있을지 없을지 사전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메인버스 터미널들이 있는 Zona 1을 지나는 순간 내려달라고 해서 내려버렸다.

우선 가이드 북만 믿고 Transportes Galgos를 갔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되는 일은 없다.
가이드북엔 7시 차가 있다고 되어 있는데 가니 5시 차가 막차라 이미 떠났단다.


어찌할까 하다가 근처에 있는 Lineas America를 가보기로 했다..
(정 안되면 로컬 정류장도 가보고 그마저도 안되면 호텔에서 자면 되니까)
갔더니 7시 반 차가 있단다.. 호텔비 아꼈다..ㅎㅎ


표를 사고 시간이 1시간이나 남아서 주변을 돌아봤는데 겨우 7시인데 다들 문이 닫혀있다..


그나마 약간 Mercado쪽으로 가니 피자도 팔고 해서 조각피자 한조각 먹고


터미널 근처에 한국 국기가 그려진 상점도 있다.

아직 완전히 어두워 진 것도 아닌데 이미 대부분의 가게 셔터는 내려져있고, 모퉁이마다 방범대장쯤 되어 보이는 분과 군인 두명이 총을 들고 서있다. 대충 소문은 들었지만 그렇게 위험한가?? 도시 분위기가 상당히 살벌하다~

피자를 먹었지만 여전히 배가 고파서 돌던중 결국 터미널 옆에 레스토랑인지 술집인지 모를곳으로 들어갔다.
의외로 아주머니 3분이 반갑게 맞아주시네


밥과 닭과 샐러드를 시켰다.
밥과 함께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할라페뇨 짱아찌를 주셨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동양인이 매운 할라페뇨를 마구 먹어대니 아주머니도 신기한듯 쳐다보고 웃으신다.

저 푸짐한 음식이 겨우 Q20.. 완전 Provecho하고 나왔다.
밤 버스를 타고 쉘라로 출발했다(야간 버스는 강도가 많아서 가급적 타지 말라는데 어쩔 수 없었다)



역시 수도는 뭔가 틀리다. 있을 것 다 있고 규모가 다르다.
드라이브 인 가능한 커다란 맥도널드와 패스트 푸드점들 안에는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커다란 놀이터가 있다

과테말라의 버스 회사들은 Linea Dorada와 몇몇을 제외하고는, 1st클래스라 불리고 나름대로 터미널도 따로 가진 Lineas America같은 버스회사도 솔직히 로컬 버스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버스가 약간 더 좋은 정도??
그리고 대책없이 많이 태우진 않는다는 것.
그래도 가며 서며 사람 태우고 마을마다 서는 것은 똑같다.

쉘라로 가는 길에 자는데 이젠 슬슬 추워지기 시작한다. 과테말라 시티 날씨가 딱 좋았는데 말이지~
가방에서 짚업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다시 자는데 다리가 무지 춥다.
그래서 가방에서 긴 츄리닝을 꺼내서 몰래 바지를-_- 갈아입었다;;;

밤이라 막히지 않았는지 4시간 조금 더 걸려서 쉘라에 도착했다. 내렸더니 열라 춥다.. 후드까지 뒤집어 썼다.
유럽에서 막 온 듯한 여행객 한명은 쉘라의 상황을 잘 모르는듯 반팔 반바지만 입고 버스를 탓는데(옷이 든 큰 가방은 버스 밑에다 넣어버렸다) 아마 오는 내내 추워서 덜덜 떨었을듯..

택시를 탈까 하다가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길래 같이 걸어서 집에 오니 12시.
뜨거울 물로 샤워를 하니 나흘간의 피로가 싹 씻겨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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